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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진 안 찍은 공연은 후기를 안 쓰는 편인데... 도저히 그냥 있을수가 없는 공연이었다
장소가 국립극장이고 촬영금지 공지가 있어 아예 카메라를 안들고갔다
어차피 요즘 날씨가 넘 더워 하루종일 카메라 이고 다니지 않아 좋긴 했는데 앵콜이라도 찍어볼껄이라는 후회중 흑흑

국립극장은 남산 올라갈때 버스 밖 풍경으로 스쳐지나가고 공연 보러 온건 처음이다
클래식 공연이나 국악 공연도 많이 본 편인데 여기를 한번도 안가봤다는게 좀 신기했움ㅋㅋ
시간이 좀 남아 여기저기 구경한 후 하늘극장으로 들어갔는데 구조가 특이했다
로비가 없고 건물 그 자체가 공연장으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들어가는 순간 바로 공연장 마루가 보였음
공연장 외의 공간이 없는 곳은 첨 보네..
반원형이었기 때문에 전투장 같기도 했고ㅋㅋㅋ
근데 무대까지 거리가 꽤 있어서 넘.. 멀었다...

그나마 좀 높은 곳에서 봐서 연주자들의 모습은 모두 어렵지 않게 보였음
공연장이 커서 객석이 엄청 많은 곳이라 비어있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꽉 참ㄷㄷ
관객들 연령대도 꽤 높아서 우리 밴드 어떻게 봐주실지 내가 더 조마조마ㅋㅋㅋ
드디어 무대가 시작되고..

시작 전 어디선가 짤짤한 방울 소리가 들렸는데 도혁님이 올라오시면서 방울소리가 같이 따라오는게 넘 귀여웠음
별것이 다 귀여운 이 마음..
불이 딱 켜졌는데 편선님이 안경 쓰고 계셔서 좀 놀랬음ㅋㅋㅋ

설마 안경이랑..? 했으나 바로 벗고 첫곡 연주


-연애
첫곡엔 두 협연자 없이 평소대로 연주하셨다
낯선 곳에서 보는지라 좀 긴장했는데 잘 아는 모습으로 시작되니 조금은 마음이 놓였달까...?
근처에 단선원 팬분들이 앉아계셔서 추임새 정확히 같이 넣어주셔서 괘 신났다고 한다

-백년
드디어 두 협연자분들이 올라오셨다
피리와 거문고라..
준비하는 동안 스포는 1도 안하셨기에 대체 어떤 사운드를 만들지 가늠을 하지 못했다

앞의 연애 무대와 아주 다른 분위기였음

음산한 듯하면서 긴장감있고 고요하지만 조용하지 않았다

백년의 춥고 시린 눈발 속으로 들어가는데 나는 이미 흠뻑 젖어있었음

피리 소리와 바이올린, 편선님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데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이때부터 이 어울림이 이상하지 않은게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 들었음


-발생

뚜따뚜따뚜따하며 개박살 내는 발생이 시작되고..

편선님도 이 곡이 끝나고서는 꽤 시끄럽지 않냐며ㅋㅋㅋ

뚜따뚜따를 거문고를 퉁기면서 하는데 오우... 

공연전부터 예상했지만 단선원의 음악은 전통적인 악기 사운드와 넘 잘맞는다

발생이야말로 국립극장에 가장 걸맞는 크기의 사운드를 가진 곡이 아니었을까


멘트 타임엔 피리의 시율님과 거문고의 재하님도 소개해주셨다

오랜기간 열심히 준비하신터라 올리는게 감회가 새롭다고..

다음곡 시작하기전에 기타 케이블이 빠진걸 발견하고 멋쩍은 순간에 도짱님이 열심히 하느라 그렇다고 양해도 구하심ㅋㅋㅋ

아 그러고 보니 줄끊어질까봐 한.. 5곡정도는 불안에 떨면서 봤다ㅋㅋㅋㅋㅋㅋ 


-뿔

이 곡 시작할때였나.. 다른 곡이었나

빨간 조명이 켜지고 실루엣만 보이는데 도짱님의 모습이 정말 한폭의 그림같았다

근데 옆의 분도 같은 생각이셨는지 나랑 같은 타이밍에 숨멎하는 소리 들림ㅋㅋㅋ

피리 소리가 섞이면서 이상했던건 관악기임에도 바이올린의 소리와 너무나 흡사했다는 것이다

새파랗게 멍든 니 어미의~ 부분에서 피리가 멜로디와 함께 움직이는데 꼭 바이올린보다 좀 더 높은 음역대의 현악기가 연주되는거 같았음

내 귀가 이상했나(귀파는중)

그동안 피리 소리를 몰랐던게 아닌데..

바이올린하고 같이 연주되는데 관악기+현악기 같지 않고 현악기 2중주처럼 들림

아 정말 이상한게 넘 많은 공연이었다..


-피

아우 미쳤나바

2015년 겨울, 단선원 처음 본날 기타줄이 두개가 한꺼번에 나가버려서 고치는 동안 도짱님이 우리끼리 연주하는거 하나 만들자던게 생각났음ㅋㅋㅋㅋㅋ

음.. 음..... 어카지.. 어캐 써야하지

박자가 바뀌었던 것, 그리고 악기들의 솔로 연주로 돌고 돌던 진행 

이 미친 리듬들..

단선원의 두 리듬노예인 도혁님과 우영님의 작품이라는 것도 납득!

꼭 다시 이 셋으로 들었으면 좋겠음ㅠㅠ

아오 넘 좋은데.. 

공연중에도 몇번을 생각했지만 6인조 셋으로 한번만 더 보고 싶다

그때는 사진이랑 영상도 찍고 엉엉ㅠㅠㅠ

사인받을때 도혁님께 피 너무 좋았다고 했더니 힝힝... 대박틀렸는데.. 어엉ㅇㅠㅠㅠ 하셔서 넘 놀랐음ㅋㅋㅋㅋ

이게 틀린거면 제대로 치면 어캐되는거지

공연장 뿌숴지는건가??


편선님은 피를 설명하실때는 작게.. 블러드,,, 라며 부연 설명도 하셨음ㅋㅋ

그리고 간단한 멤버 소개를 하시고~


-언덕

편선님은 점점 더 땀에 젖어가고.. 

운동화를 신으시긴 했는데 발목을 꺾어가며 열 연주를 하시는데 넘 불안했으며..ㅠ

여튼 공연은 기타 줄도 안 끊어지고 순조롭게 계속됨ㅋㅋㅋ

곡의 구성은 많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거문고와 피리가 함께했는데 그럼에도 아주 새로웠고 그럼에도 예전부터 함께 했던 것처럼 괴리감이 없었다

음.. 사실 동서양 혹은 신,구 퓨전음악을 그리 좋아하지 않음

나한테는 그 두 세계가 만나면 조화보다는 괴리감이 느껴져서.. 

솔직히 바흐도 피아노로 치는거도 이상해... 오르간이나 하프시코드로 치는게 더 좋음... 나는 그런 싸람...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군데도 없었음

바이올린,베이스와 피리,거문고의 균형이 너무 좋았고 편선님의 목소리와 도혁님의 타격감은 중심을 잃지 않고 6가지의 소리를 하나로 집중할 수 있게 해주셨다

그리고 조명도 넘넘넘 예뻤음

곡마다 컬러가 아주 달랐는데 분위기에 맞춰 아주 다르게 설정된게 넘 맘에 들었다

밝기도 좋았고.. 

거리가 멀어도 조명이 깔끔하니 무대위의 분들이 아주 선명하게 잘 보임 


샹들리에 얘기도 하셨는데 노...노란 해파리 같... 아니 예뻤습니다

근데 미러볼이 소리소문 없이 내려왔다가 이때 슬슬슬 올라가는데 해파리가 알낳는거 같..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 셋리스트 중 가장 연약한 노래를 할거 같다며.. 

상상도 못했는데 '물'을 하신다고 해서 헉소리 내며 앞으로 엎어짐

아오.. 놀라게 좀 하지마요..


-물

편선님의 솔로 공연에서 볼때마다 넘 좋았던 물

가사를 들으며 물이 흐르는 모습이 주름져보인다는게 기발하다.. 고 생각했으나 그 물이 그 물이 아니라며..?

뭐 어찌되었든 넘나 좋은 노래

둥실둥실한 리듬도 밴드셋으로 들으니 훨씬 웅장하고 깊이 있게 들렸음

편선님 목소리도 그에 맞는 크기의 울림이 생겨 몹시 큰 사람처럼 보였다

몸집이 큰게 아니고... 무..무슨말인지 아시겠지..

아 그리고 편선님이 혼자 노래를 부르는 부분에서 메아리 같은게 가끔 들렸는데 그것도 좋았다

마치 산이나 동굴에서 공연 보는거 같아서.. 

그 메아리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다음 가사가 이어지는것도 좋았고..


-불

도입부의 편선님이 혼자 노래하는 순간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솔로로 부르실때도 참 좋아함 

이번엔 특히 2절이 인상 깊었다

불에서는 거문고를 켜시던 재하님이 장구를 치셨는데 2절엔 편선님의 노랫가락에 맞춰 장단과 추임새를 넣으셨음

와... 그렇다고 편선님이 더 전통 음악처럼 창법을 구사한 것도 아니었는데 장단과 이렇게 잘 맞다니..

편선님의 목소리가 굉장히 한국적이라고 느끼고 있었지만 실제로 국악기와 만나니 순식간에 장르가 자연스럽게 변한다

장구에 맞춰 노래부르던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을거 같음


드디어 마지막곡을 남겨두었고.. 

국립극장에 맞추어 조신하고 차분하고 또박또박한 말투로 멘트를 이어 나가셨다ㅋㅋㅋㅋ

아무리봐도 지금 저런 말투의 멘트가 나올 감성이 아닌데ㅋㅋㅋㅋ

지금까지 본 공연 중 최고로 예의바른 모습이었음ㅋㅋㅋㅋ

혹시라도 멘트 중에 누를 끼쳤다면... 죄송하다고ㅋㅋㅋ

아니 공연하면서 그런거 신경쓰실 수 있던 분이셨어요?!

많은 것을 알아갑니다..

그렇게 마지막 곡 동행을 연주하고..


-동행

랄라라라~ 부분을 미리 부탁했다면 어땠을까 싶긴했는데.. 

처음 서보는 큰 무대에서 떼창을 공급하기는 조금 어색하셨던걸까

나는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최대한 아름답게 코러스를 넣었다ㅋㅋㅋ

노래를 부르시며 방긋 웃으셨는데 그 소리가 들려서 그랬던건지.. 

평소 기타와 바이올린이 투닥거리던 부분은 거문고와 바이올린이 함께함

기타가 조금 신경질적인 소리를 냈었다면 거문고는 좀 더 얼르는 듯한 소리였다

다른 듯 비슷한 소리가 섞여 대화하는 것도 새롭구나..


그리고 앵콜.

앵콜이 안나올까봐 앵!자만 나와도 바로 할 예정이었다고ㅋㅋ

안나올리가... 

주변에 단선원을 처음 본 분들도 많은거 같았고 연령대가 굉장히 높았는데 모든 분들이 집중해서 또 신나는 노래엔 팬들보다 더 흥겹게 춤추시는걸 보면서 뿌듯하고.. 

다른 멤버분들은 시력이 좋으신걸로 알고 있어 다 보셨을텐데 편선님은 눈 나빠서 안보였을거 같음..

이 에너지를 다른 방법으로 느끼셨겠지?  

   
-노란방

노란방을 불러줘~ 노란방을 들으러 왔단마랴~

막곡엔 드디어 일어나서 관람

앞에 계셨던 중년의 여성분들이 갑자기 덩실덩실하셔서 와.. 다들 많이 참으셨구나..싶었다
나도 드디어 봉인해제하고 미친듯이 놀았음

앵콜에 카메라 촬영할지도 모르니 가져올걸 그랬나.. 

사실 넘 더워서 미련없이 카메라 팽개치고 나온건데 좀 후회했음ㅠ

분홍색 조명 속에서 허리를 뒤로 꺾으며 연주하던 편선님.. 

발목 조심...

정말 멋진 공연이야.. 흑흑

공연이 끝나가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아쉬웠다ㅠㅠㅠ

이렇게 큰 무대가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니... 


끝나고 무대에 계실때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폰카메라도 나랑 같이 맛이 갔는지 초점이 폭파됨

음.. 카메라 외의 사진은 역시 다 망하는군.. 쿠쿠...ㅋ..

위에 올려둔 사진도 걍 다녀온거 인증샷.. 데헷


끝나고 흥을 주체할 수 없어 사인회 줄에 대기하였다

좀 뒷편이라 20분정도 기다림

1번이었던 편선님은 여전히 땀에 흠뻑 쩔..아니 젖어 있으셨다

저번 단공에 나눔 받은 포카에 사인받으려고 드렸더니 몇번 해보니 사인이 잘 안되어서 일단 이름만 써보겠다며 이리저리 각을 재며 어려움을 이야기하셨는데 예쁘게 사인이 안될거 같은 예감에 티켓에 받았음

정말.. 감사합니다.. 포카를 살렸네요

이름 들으시더니 저번에도 왔던거 기억하시며 반가워하셨다

헉.. 어캐 기억함..ㅠㅠㅠㅠ

기억 안해주셔도 괜찮아요.. 그냥 공연 많이 해주세요ㅠㅠ

2번은 수현님

가까이서 보니 얼굴도 넘 작고 몸집도 자그마하셔서 요정같으심

무대에서는 용사 같은데 이야기 나눠보면 정말 페어리하시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며 서로 화이팅을 나눔

3번은 우영님

성실하게 사인을 해주시던 모습.. 

피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뒷분이 받으셔야해서 바로 도혁님으로! 

뭔가 아쉽군.. 

4번은 도혁님

여전히 피에스를 정성스럽게 써주시는 분

신곡 넘 좋았다고 했더니 많이 틀렸다며 정말 엉엉흐엉엉 하심ㅋㅋㅋㅋㅋㅋ

앞에도 썼지만 틀렸다고는 1도 생각되지 않는 훌륭함이었습니다

피에스도 많이 틀렸다며 다음에는 더 잘하시겠다고ㅋㅋㅋ

악수도 청해주시는데 눈이 풀리고 많이 피곤해보이셔서(본인은 극구 부인함ㅋㅋㅋㅋ) 힘내라고 화이팅 외치고 국립극장을 떠났다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어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무대의 모습과 울리던 음악들..

여우락에서는 내년에도 또 단선원하고 공연해야함ㅠㅠ

이런 이상한 공연을 또 누가 하겠어ㅠㅠ

그리고 6인셋도 꼭 한번 더 보고 싶다

한번 말고 두번세번도 좋으니..ㅠ

아쉬움을 남겨두기는 싫어서 긴 후기로 대체해보는데 앞으로 수현님이 있는 단선원을 몇번이나 더 볼수 있을지..

남아있는 스케줄 다 못갈거 같은데 슬프다

이렇게 후기 남겨놓고 다 갈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좋으련만..


담에 또 큰 무대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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